괴산 일완 홍범식 고택에서 마주한 늦가을의 고요한 기개

늦가을 햇살이 부드럽게 내려앉은 오전, 괴산읍 외곽에 자리한 일완 홍범식 고택을 찾았습니다. 입구로 향하는 길목은 노랗게 물든 은행잎이 흩어져 있었고, 담장 너머로 기와지붕의 선이 고요하게 드러났습니다. 평소 전통가옥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만, 이곳은 단순한 고택 이상의 무게를 지니고 있었습니다. 항일운동가로 알려진 홍범식 선생의 생가이자, 그가 지켜낸 신념의 흔적이 남은 자리이기 때문입니다. 정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을 때, 기왓장 사이로 비치는 햇빛이 마치 시간의 결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한참을 바라보다 조심스레 발을 들였습니다. 발걸음마다 마당의 자갈이 소리를 냈고, 그 잔잔한 울림이 오히려 이곳의 고요를 더 깊게 느끼게 했습니다. 역사 속 인물이 아닌, 한 사람의 삶과 선택이 녹아든 공간이었습니다.

 

 

 

 

1. 괴산읍 중심에서의 이동과 진입 경로

 

괴산 시내 중심에서 차로 약 7분 정도면 고택 입구에 도착합니다. 내비게이션에서는 ‘일완 홍범식 고택’으로 바로 검색되며, 군청을 지나 구읍길을 따라가면 왼편으로 안내 표지판이 잘 보입니다. 길 자체는 완만한 오르막이지만 포장이 되어 있어 운전이 수월했습니다. 입구 앞에는 소형 차량 6대 정도를 세울 수 있는 주차 공간이 마련되어 있고, 도로변 가드레일 쪽에는 추가로 임시 주차가 가능합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괴산버스터미널에서 ‘구읍마을’ 방면 마을버스를 타고 약 10분 거리에 내릴 수 있습니다. 주변은 오래된 한옥 마을 형태를 유지하고 있어 걷는 길 자체가 매력적입니다. 표지판에는 ‘충북유형문화재 제94호’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어 도착 시 한눈에 확인할 수 있습니다. 입구에서부터 전통의 숨결이 차분히 감싸옵니다.

 

 

2. 전통의 결이 살아 있는 공간 구성

 

고택은 ㄷ자 형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가 조화롭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건물의 높이가 낮아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지고, 마당은 자갈 대신 고운 흙이 덮여 있어 발소리가 부드럽게 퍼집니다. 안채 앞에는 오래된 감나무가 서 있고, 가지마다 주황빛 감이 몇 개 남아 있었습니다. 기둥과 서까래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탄탄했고, 벽면의 흙색이 자연스럽게 바래 고즈넉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해가 비추는 각도에 따라 그림자가 유려하게 바뀌어,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풍경이 한 폭의 그림처럼 느껴졌습니다. 사랑채 마루에 앉으면 마당 너머 담장과 산자락이 한눈에 들어와, 선비의 일상적 시선이 그대로 이어지는 듯했습니다. 공간마다 세월의 층이 느껴져, 단순한 건축이 아닌 한 시대의 이야기로 다가왔습니다.

 

 

3. 일완 홍범식 선생의 흔적과 상징

 

이 고택의 가장 깊은 의미는 주인의 삶에 있습니다. 홍범식 선생은 대한제국 말기 고종의 외교관이자, 나라가 기울던 시기에 자결로 항일 의지를 지킨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사랑채 내부에는 그의 생애와 관련된 자료와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고, 한쪽에는 유품이 조심스럽게 보존되어 있었습니다. 오래된 붓과 필첩, 그리고 서신 일부가 액자에 담겨 전시되어 있었는데, 그 글씨에서 단정함과 단호함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방문 당시 해설사 한 분이 선생의 일화와 시대 배경을 자세히 설명해 주셨는데,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단순한 유적지가 아닌 정신의 공간으로 다가왔습니다. 벽면에 걸린 현판 ‘일완고택’은 최근 복원된 것이지만, 필체의 강직함이 원주의 기개를 그대로 담고 있었습니다. 조용하지만 강한 인상이 남는 곳이었습니다.

 

 

4. 고택이 전하는 여유와 세심한 관리

 

고택 안팎은 관리가 잘 되어 있었습니다. 마당 한편에는 방문객을 위한 벤치와 음수대가 설치되어 있었고, 비가 올 때를 대비한 간이 비가림막도 보였습니다. 안내 표지에는 한글과 영어 설명이 함께 적혀 있어 외국인 방문객에게도 친절했습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공간이 과도하게 단장되지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일부 낡은 기둥과 벽체는 그대로 보존되어 있어, 세월의 질감이 자연스럽게 전해졌습니다. 작은 담장 너머에는 국화가 피어 향기를 퍼뜨리고 있었고, 멀리서 들리는 닭 울음소리가 한층 더 평화로운 분위기를 만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소박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가 유지되어 있었습니다. 방문객의 발걸음이 많지 않아, 오랜 시간 머물며 천천히 둘러보기 좋았습니다. 그 고요함 속에서 오히려 따뜻한 정성이 느껴졌습니다.

 

 

5. 함께 둘러보면 좋은 괴산 주변 코스

 

고택에서 차로 5분 거리에 괴산 ‘산막이옛길’ 입구가 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괴산호가 내려다보이고, 나무데크길을 따라 이어지는 구간이 특히 아름답습니다. 가을이면 단풍이 호수에 비쳐 색감이 환상적입니다. 또한 구읍마을 안에는 ‘괴산오일장터’와 전통찻집 몇 곳이 자리해 있습니다. 그중 ‘월영헌’이라는 한옥 카페에서는 다식과 유기농 차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고택 관람 후 이곳에서 잠시 쉬며 차 한 잔 하면 하루의 여운이 정리됩니다. 차로 조금 더 이동하면 괴산읍성지나 청천면의 ‘연풍 고가’ 등 다른 문화재도 연결 방문이 가능합니다. 역사의 흐름을 따라 걸으며, 괴산의 한적한 매력을 온전히 느낄 수 있는 코스였습니다.

 

 

6. 방문 전 알아두면 좋은 실제 팁

 

일완 홍범식 고택은 관람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동절기에는 일찍 문을 닫습니다. 별도의 입장료는 없지만, 단체 방문 시에는 미리 괴산군 문화재 담당 부서에 예약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마당은 신발을 신고 다닐 수 있지만, 내부 일부 구역은 출입 제한이 있으므로 안내선을 지켜야 합니다. 사진 촬영은 자유롭지만, 유품 전시관 내부는 플래시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주변에 식당이 드물기 때문에, 간단한 간식이나 물은 미리 준비하는 편이 좋습니다. 주차장에서 고택까지는 약 100미터 정도 걸어 올라가야 하므로 편한 신발을 추천드립니다. 오전 시간대가 가장 한적하며, 햇살이 비스듬히 들어올 때 기와의 질감이 선명하게 느껴집니다. 천천히 둘러보면 공간의 이야기가 훨씬 깊게 다가옵니다.

 

 

마무리

 

괴산 일완 홍범식 고택은 단순한 옛집이 아니라, 신념과 품격이 함께 깃든 공간이었습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진심이 느껴지고, 조용한 공기 속에 사람의 의지가 녹아 있었습니다. 한참을 머무는 동안 세월이 잠시 멈춘 듯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역사를 머리로 배우는 것과, 실제 공간에서 느끼는 온도는 확연히 다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다음에는 봄철에 다시 방문해 감꽃이 피는 마당을 보고 싶습니다. 조용히 걷고, 생각을 정리하고 싶은 날이라면 이곳만큼 어울리는 장소도 드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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