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성문 나주 서내동 문화,유적
늦가을 햇살이 따뜻하게 내려앉던 오후, 나주 서내동의 서성문을 찾았습니다. 도심 한가운데 있음에도 주변은 조용했고, 바람이 불 때마다 낙엽이 성벽 아래로 부드럽게 흩날렸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자 오래된 돌의 질감이 손끝에 닿을 듯 생생했습니다. 빛이 스며드는 각도에 따라 성문의 색이 달라졌고, 문 위로 비둘기 한 쌍이 날아올랐습니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듯한 그 풍경 속에서, 오랜 세월 나주를 지켜온 문 하나가 가진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첫인상은 장엄함보다 차분한 위엄이었습니다.
1. 원도심 속에서 만나는 고요한 접근로
서성문은 나주시청에서 차로 약 5분 거리에 있으며, 나주읍성의 서쪽 관문 역할을 했던 곳입니다.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서내동 주택가를 지나면 성문이 눈앞에 나타납니다. 도로 바로 옆에 자리하고 있어 접근이 쉽고, 인근에 공영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주차 후 성문까지는 도보로 2분이면 도착합니다. 주변에는 낮은 담장과 골목길이 이어져 있어, 자연스레 예전 읍성 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습니다. 길가에는 안내 표석이 세워져 서성문의 역사와 구조를 간략히 설명하고 있었고, 오후 햇살이 그 위를 따뜻하게 비추고 있었습니다. 일상적인 거리 속에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고요히 남아 있었습니다.
2. 단정하고 견고한 성문의 구조
서성문은 석축 위에 홍예문을 올린 전형적인 조선시대 읍성 구조를 따르고 있습니다. 아치형 돌문은 탄탄하게 맞물려 있었고, 문루는 단층 구조로 낮지만 안정감 있는 형태였습니다. 문 위의 기와는 짙은 회색빛으로 바래 있었고, 처마 아래 단청은 희미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성문 중앙의 통로는 마차가 드나들 수 있을 만큼 넓었으며, 바닥의 돌은 세월에 닳아 매끄러웠습니다. 문 위로는 ‘서성문(西城門)’이라 새겨진 현판이 걸려 있었고, 그 글씨체가 유려하면서도 힘이 느껴졌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단아한 건축미가 오히려 이곳의 품격을 높이고 있었습니다.
3. 나주읍성의 역사와 서성문의 역할
서성문은 조선시대 나주읍성의 네 개 성문 중 하나로, 서쪽의 출입을 담당하던 관문이었습니다. 읍성은 행정과 방어의 중심지로, 서성문은 무기와 물자를 운반하는 주요 통로로 쓰였습니다. 안내판에는 “서성문은 고려 말~조선 초기에 축조되어 일제강점기 철거되었다가, 1993년에 복원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의 사진 자료와 설계도가 함께 전시되어 있어 복원 과정의 세밀함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실제 성문 기단부에는 원형석이 남아 있어 옛 구조의 흔적을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방어의 기능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나주의 역사적 상징으로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4. 성문 주변의 풍경과 공간의 여유
성문 앞에는 잔디가 깔린 작은 광장이 조성되어 있었고, 그 주변으로 벤치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주민들이 산책을 하거나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며 지나는 모습이 평화로웠습니다. 성벽은 서쪽 방향으로 완만하게 이어져 있었고, 그 위로 억새가 바람에 흔들렸습니다. 문루 안쪽에는 나무계단이 있어 위로 올라가면 주변을 조망할 수 있습니다. 높지는 않지만, 성곽 너머로 보이는 나주 시내와 멀리 산 능선의 조화가 아름다웠습니다. 오후가 되면 햇살이 성벽 사이로 스며들며 붉은빛이 돌 위에 번졌습니다. 옛 방어시설이 지금은 주민들의 쉼터로 변한 풍경이 인상 깊었습니다.
5. 함께 둘러볼 수 있는 인근 명소
서성문을 방문했다면 나주읍성의 다른 세 문과 함께 둘러보는 것도 좋습니다. 남쪽의 남고문과 동쪽의 동점문, 북쪽의 북망문이 원형을 일부 복원한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특히 남고문 인근에는 나주향교와 금성관이 있어 조선시대 행정과 교육의 중심 공간을 함께 살펴볼 수 있습니다. 서성문에서 도보 10분 거리에는 나주목문화관이 위치해, 읍성의 역사와 전통 생활문화를 전시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점심 무렵에는 인근의 ‘나주곰탕거리’에서 전통 곰탕을 맛보며 여정을 마무리하기 좋습니다. 도심 속에서 옛 나주의 위용을 따라 걸을 수 있는 코스로 추천할 만했습니다.
6. 방문 팁과 관람 시 유의사항
서성문은 상시 개방되어 있으며, 입장료는 없습니다. 도심 안쪽에 위치해 접근이 쉽지만, 주차 공간이 협소하므로 인근 공영주차장을 이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오후 4시 이후에는 햇살이 성벽을 비추며 사진 찍기 좋은 시간대가 됩니다. 비가 온 뒤에는 돌바닥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성문 위로 올라갈 때는 계단 난간을 잡고 이동해야 하며, 어린이 동반 시 주의가 필요합니다. 봄과 가을에는 주변 벚꽃길과 단풍길이 아름다워 산책하기에 특히 좋습니다. 조용히 걸으며 돌 하나하나에 남은 세월의 무게를 느끼는 것이 이곳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마무리
서성문은 크고 화려하지 않지만, 한 도시의 시간을 품은 귀중한 유적이었습니다. 돌의 틈새마다 스며든 세월의 흔적이 묵직하게 다가왔고, 그 위로 지나가는 바람이 오래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했습니다. 도심 속에 있으면서도 마음이 차분해지는 공간이었고, 나주가 품은 역사적 품격을 조용히 전하고 있었습니다. 다시 찾는다면 해 질 무렵 붉은 노을이 성문을 물들이는 시간에 와 보고 싶습니다. 오래된 문 하나가 지켜온 도시의 숨결, 서성문은 지금도 나주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상징적인 존재로 서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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